‘트럼프’ 암초 만난 한은…환율·물가 불안에 “동결 길어질 듯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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트럼프 당선 소식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게 달러당 원화가치(환율)다.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7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달러당 0.4원 하락한(환율 상승) 1396.6원에 거래됐다. 장 초반엔 1404.38원까지 밀려나며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선을 뚫었다. 주간거래 기준으로 1달러당 1400원 선이 깨진 것은 지난 4월 16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. 상당수 전문가는 원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. 이낙원 NH농협은행 전문위원은 “원화가치 하단(환율 상단) 예상치를 142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”고 봤다.
달러가치가 몸집을 키울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더 떨어져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. 들썩이는 수입물가는 1%대로 진정된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한은의 통화정책을 방해하는 요인이다.
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 결정을 할 때 환율 변수를 고려하겠다고 했다. 그는 “환율(달러당 원화가치)이 높게 올라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”며 “지난 10월 회의에서 고려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고려요인으로 들어왔다”고 언급했다.
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행보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은의 금리 경로를 꼬이게 하는 요인이다. 일반적으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투자자가 이탈할 수 있어 신흥국들은 미국보다 앞서서 금리 인하 폭이나 속도를 높이진 않는다.
문제는 오는 7일(현지시간)엔 연방준비제도(Fed)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.25%포인트 인하할 확률이 높지만, 12월 인하 전망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. 트럼프 당선인의 고관세와 재정확대 공약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.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“트럼프의 전방위적인 관세 도입은 미국의 수입물가를 높이고, 재정확대로 국채발행이 늘면 시장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”며 “물가 부담이 커지면 연내 2차례 금리 인하 횟수는 한 차례로 줄 수 있다”고 말했다.
트럼프 리스크로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줄면 연말 국내 내수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.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“연말 수출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소비가 살아나는 등 내수 시장이 조금은 지탱해줘야 한다”면서 “하지만 (한은의) 금리 인하가 점점 어려워진다면 내수 부진은 가중될 수 있다”고 봤다.